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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by alxalib 2023. 5. 7.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기 전에, 혹시 독자들은 자유의지(free will)가 무엇인지 아는가? 자유의지란 바로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스스로 조절하며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자유의지는 우리에게 인생에서 하는 선택들이 진정 우리 의지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자유의지 개념을 처음 들어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선택은 당연히 내 의지로 이루어지는 거 아니야?" 하지만, 자유의지의 존재여부는 생각보다 학계, 종교계, 철학계 등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이다. 그리고, 필자는 자유의지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유의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일단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혹시 시간은 흐른다고 생각하는가? 혹시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쉽게도 틀렸다. 시간은 공간과 같은 하나의 차원일 뿐이다. 과거, 현재, 미래는 우리가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 낸 환상일 뿐이며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정적이며 우리가 말하는 개념의 과거, 현재,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다. 우리는 3차원 공간이 이미 다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고 느끼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그러나, 4차원 시간이 이미 모두 다 펼쳐져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워한다. 그 이유는 우리 눈이 3차원 공간까지 밖에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시간은 이미 다 존재한다. 공간을 좌표축으로 나타내는 것처럼 시간도 하나의 축으로 생각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에 편하다. 무언가의 위치를 좌표계로 나타낸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x, y, z)와 같이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시간이라는 또 하나의 축을 추가한다면 어떻게 나타낼 수 있겠는가? 바로, (x, y, z, t)처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우주 공간에 (x, y, z)가 다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t라는 시간 축 역시 우주 공간에 모두 펼쳐져 있다. 시간에 대한 설명이 길었다. 앞에서부터 줄곧 이야기되어 온 '모든 시간은 이미 다 존재한다.'는 문장의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과거, 현재, 미래는 이미 다 정해져 있으며 곧 자유의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유의지란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스스로 조절하며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이 결정론적 세계에서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서로 분리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합쳐져 4차원의 시공간을 이룬다는 것을 처음 발견함

 


     위에서 언급한 시간에 대한 내용을 제일 잘 표현한 영화가 <컨택트>라고 생각한다. 이는 테드 창의 SF 중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SF 영화이다. <컨택트>에서는 7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외계인인 헵타포드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헵타포드와 인간은 서로의 언어를 배워가며 소통하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헵타포드는 4차원의 시간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그들은 시제 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말하는 과거, 현재, 미래를 다 꿰뚫고 있다. 시제가 존재해 직선으로 문자를 쓰는 인간과 달리 헵타포드는 시제가 없기 때문에 원형으로 문자를 사용한다. 극 중 언어학자인 루이스 박사는 헵타포드와 소통하며 결국 헵타포드의 원형 문자를 깨닫게 되고, 헵타포드처럼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딸이 죽는 가슴 아픈 미래를 본 루이스 박사는 헵타포드에게 질문한다. “미래를 다 알고 있는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지?” 그리고, 헵타포드는 이에 대해 답을 한다. “미래는 물론 다 정해져 있고, 우리도 미래를 다 알고 있어. 하지만, 그 미래가 실제로 오기 위해선 우리가 그것을 행해야만 해.” 이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운명은 이미 다 정해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헵타포드의 말처럼 우리의 삶에 충실하며 살아가면 된다. 운명이 다 정해져 있다고 해서 절대 허무한 것이 아니다.

 

영화 <컨택트>의 한 장면

 


     하드 SF 소설계의 거장 그렉 이건의 소설집인 <내가 행복한 이유> 속 <100광년 일기>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나온다. 소설 속 한 과학자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외부 은하 세계를 관측하게 된다. 그리고, 그 원리에 따라 인간들은 스스로 쓴 자신의 일기를 과거로 보내 과거의 자신이 그 일기를 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일기를 읽은 ‘과거의 나’는 그 일기에 반대되도록 행동할 수 없다. (미래를 바꿀 수 없다.) 주인공은 가끔씩 충격적인 일을 ‘과거의 나’가 걱정하지 않도록 일기에 적어 보내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이 나름의 반항(?)을 하더라도 일어날 미래는 결국 일어나게 된다.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면, 세상은 약간 다채롭게 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의지가 없는 세상이더라도 우리의 운명이 어떨지 기대하며 살아가는 삶도 살아볼 만한 것 같다. 그렉 이건의 <100광년 일기> 중에서 나온 말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정리하고 싶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형성하는 방정식들로부터 제외된다는 뜻이 아니다. 일부 철학자들은 아직도 ‘자유의지의 상실’ 운운하면서 장광론을 펼치지만(아마 본인들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들에게 이 자유의지라는 마법과도 같은 존재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해 줄 유의미한 정의와 나는 여태껏 조우하지 못했다. 미래는 언제나 결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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